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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스트(toast), 추억의 레몬머랭파이

by 어니부기빵 2022. 4.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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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토스트(toast)

개봉: 2010.

감독: S.J 클락슨

출연: 프레디 하이모어, 빅토리아 해밀턴, 켄 스탓, 헬레나 본 햄 카터

 

 

 

 

엄마의 돼지고기 파이

식자재마트를 누비는 작은 발걸음 사이로 가공식품을 골라 담는 어른의 손길이 보인다. 나이젤은 계산대 옆에 마련된 신선한 치즈를 보자마자 엄마에게 구매를 권유해 보지만, 통조림만 가득 담겨있는 바구니에 끼워줄 생각은 없어 보였다.

9살 나이젤이 지금껏 먹어본 채소는 통조림용이었다. 유기농 식품을 극도로 싫어하는 엄마는 늘 가공식품으로 식사를 대체했고, 음식 솜씨도 좋지 못했다. 늘 화가 나있는 아버지의 성격은 그러한 영양부족이 만들어낸 것이라 나이젤은 생각했다. 수많은 음식 중, 가장 좋아하는 건 토스트였다. 마땅히 내놓을 가공 요리가 없을 땐 버터를 살짝 발라 구워낸 토스트만이 나이젤의 입맛을 만족시켰기 때문이다. 맛보지 못한 음식들은 요리책 그림을 보며 대리만족을 했다. 언제나 다른 노선을 추구하는 아들의 모습을 아버지는 늘 못마땅해했다. 유일하게 그의 마음을 이해해 준 건 정원사 조쉬였다. 통조림만이 깨끗하다고 생각하던 나이젤에게 자연을 느끼게 해주고, 외톨이었던 집에서 유일한 친구가 되어주었던 어른이었다. 오늘도 어김없이 통조림을 구매하는 엄마에게 직접 요리사를 자처하고 나선 나이젤은 토마토소스 통조림을 끓이고, 스파게티 면을 삶기 시작한다. 완성된 저녁식사에 아들을 제외한 부부의 표정은 좋지 못했다. 맛있게 먹는 나이젤과 달리 아버지는 맛이 없다며 좋아하지 않았고, 엄마는 갑작스러운 호흡곤란으로 결국 음식은 입에 대지 않은 채 토스트만 찾을 뿐이었다.

 

학교에서 고민을 토로하던 나이젤은 엄마가 임신을 한건 아니냐는 친구의 말에 집으로 돌아와 조쉬와도 상담을 한다. 임신이면 아버지에게 보살핌을 받아야 하는데 나이젤은 아버지와 사이가 좋지 않아 그런 상황이 오지 않기를 바라고 있었다. 아버지가 너를 미워하는 건 아닐 거라고 위로하던 조쉬는 갑자기 내리는 비에 나이젤을 데리고 정원을 뛰놀며 둘만의 자유시간을 가진다. 옷이 흠뻑 젖자 나이젤에게 새 옷을 입혀주고 가지고 있던 돼지고기 파이를 나눠먹으며 조쉬는 자신만의 방식대로 나이젤의 친구가 되어주었다. 하지만 줄곧 참아왔던 아버지와의 갈등은 가족 나들이에서 터지고 만다. 어김없이 통조림 음식이 테이블 위로 채워지고, 햄에 붙어있는 기름 젤리가 싫었던 나이젤은 포크로 긁어내다 그릇을 엎어버리는 아버지의 행동에 자리를 이탈해버린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어머니가 또 한 번 호흡곤란 증세를 보이자 걸어가던 발걸음을 멈춘 채, 멍하니 부모님을 바라본다. 

 

늘 친구가 되어주었던 정원사 조쉬가 해고됐다. 비 오는 날의 일을 얘기해 준 것이 큰 화근이었다. 부모님의 확대해석으로 결국 친구를 잃은 나이젤은 아픈 엄마에게 음식을 가져다주라는 아버지의 심부름을 하다 또 한 번 혼나고 만다. 그러던 어느 날, 침대에 누워있어야 할 엄마가 나이젤에게 고기 파이 만드는 법을 알려주겠다며 부엌으로 향한다. 밀가루를 반죽하고 재료에 들어갈 고기 통조림을 찾던 나이젤은 자신을 두고 떠나버릴 것 같은 두려움에 결국 엄마를 끌어안고 울음을 터트리고 만다. 완성하지 못한 파이 반죽만 덩그러니 남은 저녁이었다. 잠자리에 들기 직전 아버지가 크리스마스 선물 꾸러미를 들고 왔다. 한 달이나 남은 크리스마스 선물을 벌써 챙기냐며 물었지만 엄마의 부탁이라며 내일 아침 선물을 열어볼 것을 당부하고 나가버린 아버지는 아침에 일어나 하나씩 선물을 열어보던 나이젤의 곁에서 슬픈 눈물을 흘리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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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레몬 머랭 파이

늘 치즈 토스트만 해주던 아버지가 몇 개월 만에 새로운 도전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역시나 인스턴트 음식이었지만 말이다. 그릇에 담긴 맛없는 음식에 먹지 않겠다고 떼를 쓰다가 아버지에게 혼이 나고 울면서 집 밖을 뛰쳐나온 나이젤은 점점 거칠어져만 가는 아버지에게 음식을 해주기로 한다. '남자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면 그의 배를 채워 줘라' 친구의 말을 듣고 아버지의 마음을 풀어주기 위한 요리를 시도해 본다. 생선 주인이 알려준 요리법에 따라 맛있는 대구요리를 준비한 나이젤은 시간이 지나도록 오지 않는 아버지를 기다리며 계속 음식을 데우다 새까맣게 태워진 요리를 내놓게 된다. 아들의 고생을 생각해 맛있게 먹어주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나이젤은 알 수 없는 속상함을 느낀다.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니 낯선 여자가 싱크대 아래를 청소하고 있다. 담배를 물고 한껏 치장한 여자는 새로 들어온 가정부였다. 입이 거칠고 청소와 음식을 무척 잘하던 그녀였지만, 나이젤은 포터 부인이 오래 있기를 원치 않았다. 하지만 세상은 뜻대로 되는 게 없다는 것을 그녀와 사랑에 빠져버린 아버지를 보면서 알게 됐다. 도시와 멀리 떨어진 곳에 새 집을 마련한 아버지는 포터 부인이 아닌 조지가 되어버린 그녀와 함께 새로운 시작을 하자고 말한다. 

 

'언제나 그랬듯이 배불리 먹어요!' 식사시간이 되면 언제나 배부른 한 상이 차려졌다. 칠면조 구이부터 립 바비큐, 그라탱, 맛있는 디저트까지 훌륭한 요리 솜씨가 이어졌고, 아버지는 늘 만족스럽게 그녀의 음식을 먹었다. 나이젤이 훌쩍 자라 청소년이 되어서도 깨끗한 청소와 풍족한 요리는 계속됐다. 부엌은 그녀만의 공간이었고 배부름과 청결함은 늘 조지의 영역이었다. 가정학 수업에서 스콘을 만들어온 나이젤은 저녁 디저트로 스콘을 선보인다. 맛있어하는 아버지와 달리 조지는 못마땅한 눈으로 쳐다볼 뿐이었다. 그날 이후, 매주 수요일마다 아버지를 위한 디저트를 가지고 오는 나이젤에게 질투심을 품게 된 그녀는 매일같이 디저트를 먼저 만들어 선수를 쳤다. '내가 먹어본 것 중 가장 맛있는 레몬 머랭 파이였어' 아버지를 사로잡은 레몬 머랭 파이에 궁금증을 가지게 된 나이젤은 스스로 레시피 연구를 해나가기 시작한다. 여러 번의 시행착오 끝에 조지와 똑같은 맛을 내게 된 나이젤은 아버지에게 시식을 권하지만 배고프지 않던 그는 여러 번 거절하다 화를 내고 만다. 이미 마음속 허기짐도 배고픔도 없는 아버지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요리일 뿐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조지와 결혼식을 올린 아버지는 늘 만족스럽게만 느껴졌던 그녀의 음식에 부담을 느끼기 시작한다.  

 

 

  

 

리뷰

요리연구가 나이젤 슬레이터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영화로 어렸을 적 자신의 이야기들을 잔잔하고도 유머 있게 풀어낸 영화다. 요리 실력이 좋지 못한 엄마와 엄한 아버지 밑에서 자란 나이젤은 매일같이 통조림 음식을 먹었지만 음식에 대한 애정은 버리지 않았다. 아버지를 위해 만들어갔던 나이젤의 디저트를 질투하던 조지의 행동은 아마도 자신의 영역을 빼앗김과 동시에 온전히 새 남편의 애정을 갈구하는 행위에서 나온 것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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